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매년 2월마다 보릿고개"… 미혼 직장인 '부글부글'

입력 : 2017-02-20 19:51:32 수정 : 2017-02-21 14:29: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올해도 '13월의 세금 폭탄'… 연말정산 ‘싱글세’ 논란 되풀이 / 부양가족 없어 공제혜택 소외 / 월 수입 절반 이상 토해내기도 / “2월은 월급 보릿고개… 서럽다” / 가계 상황 특별한 변화 없는데 기혼자도 환급액 턱없이 줄어 / “유리지갑만 봉이냐” 불만 확산
“매년 2월마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것 같아 서러워요.”

미혼의 고등학교 교사 이모(28·여)씨는 연말정산 결과에 한숨이 깊다. 올해는 190여만원을 토해내야 한다. 액수에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연말정산 시즌이면 반복되는 일이다. 이씨는 “일하는 부모님과 살아 지출이 많은 편이 아니고 인적 공제도 못 받는다”며 “결혼과 출산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이지만 이씨처럼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미혼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은 ‘세금 폭탄’, ‘싱글세’나 다름없다. 미혼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아니지만 부양가족 공제 등이 적용되는 기혼자들과 달리 미혼자들이 연말정산 때마다 돈을 내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싱글세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기혼자들 역시 환급받는 액수가 줄면서 현행 연말정산 제도가 납세자 권리보다는 국가의 세금 징수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모(36)씨는 160여만원을 내놓아야 하는 결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다. 김씨는 “지난해는 전년보다 급여 총액이 많아져 과세표준 구간이 달라지긴 했다”면서도 “혼자 살고 부양가족도 없는 데다 몸이 건강해 의료비 지출이 적다 보니 사실상 ‘싱글세’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26·여)씨는 월급을 아껴 저축을 한 게 소득으로 잡혀 손해를 본 것이 아닌지 억울한 심정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월급의 70% 정도를 적금에 붓고 있는 이씨는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절약을 해서 저축한 건데 왜 세금 50여만원을 추가로 떼어 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말정산이 싱글세라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것은 실제로 미혼자들이 기혼자들보다 세금 혜택을 덜 받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최원석 교수(세무학)는 “근로소득자는 연말정산을 할 때 부양가족 공제가 있고 자녀가 있으면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며 “독신자들이 세제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소득세는 연봉이 아니라 담세력(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 독신자나 미혼자들은 부양가족이 없다 보니 담세력을 크게 잡게 된다”고 분석했다.

기혼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가계 상황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 환급액이 턱없이 줄거나 많은 금액을 토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직장인 강모(43)씨는 “지난해 180여만원을 환급받았는데 올해는 환급금이 130여만원으로 줄었다”며 “부양 가족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예년과 달라진 것도 없는데 세금만 더 내는 꼴인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내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근로소득세는 결국 ‘유리지갑’ 직장인을 “봉으로 삼은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금을 쉽게 걷으려고 연말정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연말정산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일부 근로자들에게 세금이 상당히 많이 부과됐다. 연말정산제도가 아니라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자처럼 근로자도 직접 소득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 (세금 납부와 관련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권지현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