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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의우주여행] 블랙홀은 검은 구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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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20:24:58 수정 : 2017-04-11 13: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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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빨아들이는 통로아닌 압축공간
SF영화 웜홀 실존하는지 확실치 않아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블랙홀이다. 영화 속에서는 우주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괴물이 되기도 하는 블랙홀, 과연 블랙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9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는 새로운 형태의 블랙홀을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에서 약 1만3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2200배 정도 되는 블랙홀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블랙홀이 발견된 곳은 수만 개의 별이 공처럼 모여 있는 구상성단 속이었다.

블랙홀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진다. 가장 흔한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수십 배 되는 별이 죽은 다음 그 중심 부분이 압축돼 만들어지는 ‘항성질량 블랙홀’이다. 항성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서너 배에서 수십 배이다. 두 번째 형태는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이다. 대부분의 은하계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한다. 하지만 거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블랙홀이 서로 합쳐지거나, 주변의 별이나 물질을 흡수해 거대질량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여겨질 뿐이다. 블랙홀은 좁은 공간에 많은 물질이 압축돼 있는 곳이다.

블랙홀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을 압축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중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중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질량이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한다. 결국 별 중에서 블랙홀이 되는 것은 최소한 태양 질량의 수십 배 되는 큰 별들이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중력은 커지고, 어느 정도 한계 이상의 중력이 되면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물론 별이 빛나는 단계에서는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없다. 블랙홀은 검은 구멍으로 번역되지만 통로는 아니다. 따라서 만화 속에 등장하는 화이트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은 중심으로 모일 뿐이다.

주변의 별이나 물질을 빨아들이면 더 큰 블랙홀이 된다. 항성질량 블랙홀이 중간질량 블랙홀 단계를 거쳐 거대질량 블랙홀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이번에 발견된 중간질량 블랙홀을 연구하면 거대질량 블랙홀의 생성 비밀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블랙홀과 블랙홀이 연결되면 웜홀이라는 통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웜홀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는 웜홀을 통해 우주의 다른 공간으로 여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것을 워프라고 부른다. 하지만 웜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블랙홀을 통과해야 하고, 결국 도착하는 곳도 블랙홀이다. 들어갈 수도 없고,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이론적으로 웜홀을 통과하게 되면 지구는 쌀알만 해진다. 우주선이나 그 속의 모든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압축된다.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전자같이 아주 작은 물질은 확률적으로 블랙홀을 빠져 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보통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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