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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가 혁신 막는다”는 쓴소리, 정치권은 어찌 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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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01:01:15 수정 : 2017-02-16 0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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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현대차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개발로 자동차 조립 공정이 바뀌고 있지만 작업 규율은 1970, 80년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송 교수는 “새로운 물건을 구시대적 조직이 만들어 내는 유례없는 모순에 봉착해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저항이 혁신을 막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의 산업위기는 노조로부터 잉태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의 말이 천근 무게를 갖는 것은 1년간 울산 현대차 노동자 50여명을 심층 인터뷰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강성 노조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현대차 경영지표 몇 가지만 뒤져 보면 그 실상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현대차가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15년말 현재 26.8시간이었다. 도요타 24.1시간, 폴크스바겐 23.4시간, GM 23.4시간보다 길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14.7시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깝다. 하지만 국내 현대차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도요타 7961만원, 폴크스바겐 7841만원보다 훨씬 많다. 이런 고질부터 고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해외투자 시 노조의 동의를 받으라”는 억지나 썼다. 그런 노조가 작업 규율까지 장악해 혁신을 가로막으니 경쟁력이 살아날 턱이 있겠는가.

현대차가 이런 지경이니 다른 기업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GM 노조 간부들이 검은돈을 챙기며 ‘취업 장사’를 하는 모습에는 퇴락한 집단으로 변한 노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취업 한파는 매섭다. 1월 실업자는 100만9000명으로, 7년 만에 100만명선을 다시 돌파했다. 이런 사태도 강성 노조를 피해 투자선을 해외로 돌린 기업의 선택이 한몫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수레바퀴는 빠르게 구르고 있다. 세계가 사활을 건 혁신에 뛰어든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을 혁신하자면 전근대적인 노조의 고질부터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노동개혁의 외침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선주자치고 노동개혁을 부르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자리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벌 개혁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선주자들은 말로만 일자리를 외치기 앞서 당장 노동개혁 법안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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