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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항 시인 윤동주(1917∼1945)가 순국한 지 7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의 불의에 저항하다 애타게 기다리던 광복을 불과 여섯 달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스물여덟 살 나이로 숨졌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 릿쿄대와 도시샤대가 이를 기념해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릿쿄대학윤동주추도회 한국사무소 측은 두 대학 반응이 긍정적이라 성사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윤동주는 1941년 말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이듬해 초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해 6월까지 릿쿄대를 다니다가 중퇴한 뒤 10월 교토 도시샤대 영문학과에 편입했다. 두 대학 모두 졸업하지 못했다.

지난 13일에는 그를 기리는 한·일 양국 시인들의 특별한 추모회가 도시샤대 그의 시비 앞에서 열렸다. 일본 시인 오하시 아유히토씨는 “조선청년 윤동주를 통해 그가 추구하던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한·일 관계가 암울하지만 그의 짧은 생과 작품이 양국 문인들의 우정의 가교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그의 삶을 조명한 영화·문학·뮤지컬 작품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암울한 시대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동주’는 지난해 관객 117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1월 출간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인터파크도서 ‘2016 올해의 책’ 2위에 올라 시인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예술단은 올 시즌을 여는 작품으로 다음달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에 올리는 등 그의 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나라의 청년’으로 살다간 시인의 순국일, 우리 청년들을 돌아보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을 ‘흙수저’로 자조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잔뜩 움츠려 있다. 그제 마감한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역대 최다인 22만여명이 지원했다. 언제부터인가 9급 공무원이 청년들의 꿈이 됐다. 일제의 불의에 항거하다 짧은 생을 감옥에서 마감한 시인의 삶은 ‘헬조선’을 사는 요즘 청년들이 배우라고 하기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시대 탓인가, 청년 탓인가.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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