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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를 알리는 한국어, 영어 영상이 어제 온라인에 공개됐다. 2월14일은 107년 전 안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다. 이 영상은 ‘세계 평화를 꿈꾼 안중근’이란 제목으로 5분 분량이다. 중국 뤼순감옥에 갇혀 1910년 3월 사형으로 생을 마칠 때까지의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영상을 기획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밸런타인데이는 잘 알아도 안중근 사형 선고일은 몰라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 성인에 비해 우리 영웅에 관한 걸 잘 기억하지 못하는 세태다.

지난해 5월 인기 걸그룹 AOA의 멤버들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곤욕을 치렀다. 지민은 안 의사 사진을 보고 ‘긴또깡’이라고 했다. 긴또깡은 김좌진 장군 아들 김두한의 일본식 표현이다. 같이 출연했던 설현도 안 의사를 알아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역사 인식 부족을 자책하며 공식 사과를 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테러 예방 홍보를 위해 안 지사의 단지(斷指) 손도장을 사용한 포스터를 20부 정도 자체 제작해 최근 인근 지역에 부착했다. 혈서를 쓰기 위해 약지를 절단했던 손도장과 함께 ‘STOP! 테러!’라는 문구가 적혔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항의가 폭주했고 경찰 측은 전부 수거했다. “담당 직원이 손바닥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다가 실수로 사용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 의사 사촌동생인 안봉근 선생도 독립운동을 했다고 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는 일본 주최의 축하파티 대신에 다른 조선인 선수들과 함께 안 선생 집에서 자축연을 가졌다. 당시 안 선생은 베를린 방송국을 찾아가 마라톤에서 우승한 선수는 ‘재팬’이 아니라 ‘서울 코리아’ 손 선수라고 말했다는 게 손기정의 회고다.

공교롭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에 불출석했다. 안 의사 사형 선고일이라서 누리꾼들은 더욱 분노했다. “이름은 한끝 차인데, 안중근은 나라를 구하고 안봉근은 나라를 뒤집는구나”라고. 나라도 수난이고 나라를 구한 영웅도 수난인 세상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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