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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닭 한 마리도 안 팔려요" AI 쇼크에 날아간 설 대목

입력 : 2017-01-19 19:09:53 수정 : 2017-01-20 16: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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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발길 끊긴 전통시장 한숨만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축산물 도매상을 운영하는 A씨의 한숨이 깊었다.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손님들이 아예 닭을 찾지 않아요. 하루에 한 마리도 팔지 못한 날도 있다니까요. 지난해 설을 앞두고 팔았던 것에 비하면 90% 정도가 준 것 같아요.”

A씨는 “전통시장이 AI에 취약할 거라는 불신이 퍼지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판매량도 덩달아 30% 정도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푸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오갔지만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사서 나오는 모습은 드물었다. 특히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를 판매하는 축산물 매장에는 수도권을 강타한 고병원성 AI의 여파로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지 않았다. 축산물 상인들은 아예 닭이나 오리를 내놓지 않고 있었다.


서울 다른 지역의 전통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영등포시장에서 계란을 판매하는 B씨는 “주변에 계란 도매업을 하는 사람 중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인근 축산물 상인인 C씨 역시 “AI 이전보다 매출이 70%가 줄었다. 손님들이 아예 생닭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근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전국으로 퍼지던 AI 확산이 주춤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전통시장은 물론 계란을 주요한 재료로 쓰는 동네 빵집, 외식업계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재료값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소규모 상인들의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영등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D씨는 “동네빵집은 정말 타격이 크다. 계란뿐만이 아니라 식용유와 설탕 등 모든 원재료값이 올랐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동네빵집의 승부수는 가격인데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E씨는 “명절을 앞두고 외식을 하는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인지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84.1%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10∼11월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나 됐다. 상인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서울시는 AI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동네빵집을 포함해 매출이 20% 이상 급감했거나 임대료가 30% 이상 오른 업주를 위해 긴급 자영업자금으로 600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한편 AI 의심신고가 나흘 연속 접수되지 않는 등 조만간 AI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에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면서 AI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 겨울 철새 이동이 시작되는 시기인 것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철새 도래지와 인근 농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AI 확산을 차단하고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명절기간 고향을 방문하는 국민 모두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정우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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