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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세이] 일본 성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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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21:27:27 수정 : 2017-02-03 15: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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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월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둘째 주 월요일에 개최하는 성인의 날이다. 이날은 국민적 휴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특성에 맞게 성인식을 개최한다. 성인식의 참석자는 당해 연도 20세가 된 젊은이들이다. 오늘날 형태의 성인식을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허탈감에 빠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격려로 어느 자치단체가 실시한 것을 계기로, ‘어른이 된 것을 자각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청년을 축하해주자’라는 취지로 국가에서 법률로 정해서 시행하게 됐다.

성인식 참석자는 일본의 전통의상인 하카마나 기모노를 입는다. 특히 여성은 기모노를 입고, 거기에 어울리는 가방이나 양산 등 장신구도 갖춰야 하고, 또한 성인식용 머리 모양도 해서 최대한 예쁘고 화려하게 단장한다. 100만원 단위를 넘어서는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성인식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성인의 날 당일에는 전국 어디에서나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참석자 수가 줄어들어 각 자치단체마다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혜택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성인식을 월요일로 바꾼 것도 주말과 연계해서 도시로 나간 젊은이들이 편안하게 고향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왕현철 KBS미디어 감사·전 도쿄특파원
일본어에 이치닌마에(一人前)가 있다. 한 사람의 몫, 성인의 자격이라는 뜻으로 학교나 사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다. 성인이 돼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하면 자신의 몫을 다른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단어와 그 뜻이 연동되는 것이다. 일본의 성인식은 이치닌마에 즉 한 사람의 몫을 다하라는 의미가 담겨진 축하 행사인 것이다.

일본에서 취직한 자녀가 부모 집에서 같이 산다면 집세나 생활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특파원 시절 같이 일을 했던 카메라맨 야마모토씨의 예를 보자.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고 나서 다른 대부분의 젊은이들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 후 이직한 회사가 공교롭게도 부모 집 가까이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는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집세와 생활비를 매달 부모에게 꼬박꼬박 드린다는 것이다. 내가 매우 놀라서 다시 질문을 했다. 그는 성인이 돼서 사회로 나와 취직을 했으면 학생 시절과 달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뜻이고, 부모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 자신의 생활비는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야마모토씨의 예처럼 일본에서는 성년이 된 자식이 부모 집에 거주할 때는 자신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집세와 생활비를 낸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도 자식으로부터 집세나 생활비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치닌마에, 즉 자신의 몫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자식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부모는 자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다른 방법으로 받은 집세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자식은 집세를 내는 자신의 몫을 했음에 기죽지 않고 부모는 자식의 기를 죽이지 않으면서 부모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인의 날을 국민적 휴일로 정해서 축하 행사를 여는 곳은 많지 않다. 일본에서 성인의 날은 성인이 된 젊은이들에게 이치닌마에, 즉 자신의 몫을 다하라는 획을 그어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왕현철 KBS미디어 감사·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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