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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뉴욕식 로맨스 ‘매기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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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21:36:43 수정 : 2017-01-19 21: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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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과 같다고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돌발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큰 그림으로 계획을 세우지만 우연한 사고와 예기치 않은 인연이 언제나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경제상황 속에서 웃을 일 없는 요즘, 모처럼 따뜻한 웃음을 제공할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다. 이선 호크, 줄리언 무어, 그레타 거위그 세 사람이 출연한 ‘매기스 플랜’은 엉뚱한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틱 멜로 영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감성파 뉴요커 매기(그레타 거위그)는 인공수정으로 아이만 가지려는 플랜을 세운다. 하지만 소설가를 꿈꾸는 유부남 존(이선 호크)과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과 동시에 전처의 아이까지 떠맡게 된다. 결국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존을 전처 조젯(줄리언 무어)에게 반품하는 계획을 세운다는 재치 넘치는 스토리다.

‘매기스 플랜’은 뉴요커는 물론 현대 여성들의 결혼관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뉴요커들의 자유분방한 결혼관이 관심을 모은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사랑과 결혼,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여성들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원치 않는 캐리어우먼들의 세태는 젊은 여성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지적이고 유쾌하며 세심하기까지 하다. 레베카 밀러 감독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의 딸이다. 아서 밀러의 재능이 그에게도 전해진 걸까. 막장 드라마를 제법 잘 풀어낸 문학적 영화다.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불륜, 결혼, 재결합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대사로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앙상블도 돋보인다. 매기 역을 맡은 그레타 거위그는 태생이 순박하고 엉뚱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그가 믿는 퀘이커교 또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선 호크는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 달리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대학교수로서 도도함이 절정에 이른 줄리언 무어까지 배우들의 앙상블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몇 번 등장하지 않는 트레비스 핌멜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모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국내영화 ‘마스터’나 ‘더킹’과 같은 정치권력과 사회부조리를 다룬 영화가 판치는 극장가에서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반면 ‘매기스 플랜’은 온기 넘치는 세상을 보여준다.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기란 어렵지만 감독은 차가운 뉴욕을 따뜻하고 경쾌한 도시로 변화시킨다.

‘매기스 플랜’은 얼핏 보기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평범한 영화 같지만 실제로는 결혼과 사랑, 육아와 직장 같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춥고 메마른 겨울날, 마음을 어둡게 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모처럼 온기 넘치는 감성과 사랑을 맛볼 수 있는 영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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