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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폴크스바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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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01:14:49 수정 : 2017-01-19 01: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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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백계(一罰百戒). 전국시대 손무(孫武)로부터 비롯된 성어다. 손무는 궁녀 180명을 모아 놓고 오왕 합려(闔閭)에게 군사 다루는 시범을 보였다. 명을 따르지 않고 웃는 궁녀들. 손무는 합려의 총희(寵姬) 두 명의 목을 벴다. 강병은 군령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일이지만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총희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육군 훈련소 조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라.” 걸리면 혹독한 얼차려를 받는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 유행한 말, “본보기로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한다.” 시범케이스, 본보기는 일벌백계의 다른 표현이다.

시범케이스에 걸려 곤욕을 치르는 곳이 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한번 잘못했다가 회사가 거덜 날 판이다. ‘징벌적’ 벌금, 배상금, 합의금으로 북미에서만 생돈 230억달러를 물어야 한다. 징벌로써 불법이 만연하는 것을 막겠다는 법철학에 뿌리를 둔 벌금이요, 배상금이다.

눈만 뜨면 글로벌 기업을 협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면 국경세 35%를 물리겠다”고 했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을까. 그의 말은 ‘자유시장경제의 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어쩌랴. 세계적인 기업들은 백기 투항을 한다. GM과 포드·크라시슬러, 도요타, IT(정보기술)업계의 거물 마윈과 손정의도 미국 투자를 선언했다. 현대차도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한 걸까. 매는 피하고 볼 일이다. 폴크스바겐을 본 뒤 악동 같은 트럼프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음 직하다. ‘어디에 투자하면 어떠랴, 돈만 벌면 되지.’ 생각이 복잡한 우리 기업은 이런 생각도 하지 않을까. ‘어차피 잘됐다. 노동생산성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판에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어졌으니.’ ‘대선주자마다 재벌을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지 않은가.’ 대기업 한 곳당 30억달러씩 투자선을 바꾼다면? 열 곳이면 300억달러가 빠져나간다. 세계가 트럼프식 보호주의에 감염되면 혹시 손가락 빨 날이 오지 않을까. 이래저래 걱정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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