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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화웨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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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01:14:33 수정 : 2017-01-19 01: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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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 속 올해 창사 30주년, 글로벌 DNA로 세계시장 공략 / 삼성, 게이트 연루는 자업자득… 이러다 화웨이에 따라잡힐라 얼마 전 국내 굴지 로펌의 변호사를 만났다. 중국 전문가로서 중국 기업 쪽 일을 한다. 그는 “중국이 얼마나 따라왔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무섭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와 한국법인을 방문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짝퉁폰’이나 만드는 회사로 알던 화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10여명으로 출발한 화웨이코리아 직원은 현재 300명에 육박한다. 중국계이면서도 회사 분위기는 미국이나 영국 회사 같다. 한국인과 중국인 직원들은 영어로만 대화한다. 서로 직책 없이 이름만 부른다. 세계 170개국에 진출해 있는 화웨이의 글로벌 DNA를 그대로 보여준다. 매년 화웨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는 걸 알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박희준 논설위원
화웨이는 올해로 꼭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통신장비 대리상으로 출발해 지금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단말기, 서비스에 모바일까지 취급하고 있다. 설립 이후 매년 40% 이상 고공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5200억위안(약 90조원)으로 예상된다. 물론 연매출이 200조원을 훌쩍 넘는 삼성이나 애플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다. 화웨이가 무서운 건 성장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체질을 지니고 있어서다. 샤오미나 하이얼 같은 중국 기업들과는 격이 다르다.

화웨이는 아직껏 비상장을 고집하고 있다. 상장 시 큰 이익을 보겠지만 배고픈 기업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직원 관리에 소홀한 게 아니다. 설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회사 지분은 1.4%뿐이다. 나머지를 임직원이 갖고 있다. 선전 본사는 연못과 수영장, 은행, 대학병원까지 들어서 고급 휴양단지를 연상시킨다. 근무환경이 좋아야 글로벌 인재가 몰려든다는 런 회장의 지론이 반영됐다. 평가와 보상이 철저해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성과급이 나온다.

곧잘 화웨이 앞에 ‘중국의 삼성’이라는 표현이 붙는다. 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CT 기업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화웨이는 해외에서 단말기만 파는 삼성과 다르다. 네트워크를 깔고 서비스를 판다. 현지화와 지속가능성에서 삼성에 크게 앞서 있다. 무엇보다 한눈팔지 않고 연구개발(R&D)과 고객 중심만을 지향한다는 점이 비교된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시 런 회장은 250여명의 경제사절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부심의 반영이었다. 직원들은 고객을 만날 때 회장이 불러도 가지 않는다. 화웨이는 설립 이후 매년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엊그제 화웨이 관련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삼성과 애플이 주도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웨이를 대표로 하는 중국 3대 스마트폰 업체 판매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애플을 추월했다고 한다. 삼성과의 격차도 크게 줄이면서 뒤까지 바짝 따라왔다. 같은 날 신문들은 삼성 관련 뉴스로 도배질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삼성은 요 몇 달간 신문 경제면을 벗어나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어제 법원에서 자신뿐 아니라 삼성의 운명을 가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는 출국금지 탓에 몇달째 발이 묶여 있다. 경쟁업체 경영자들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한데도. 국내 최강의 삼성 법무팀도 이 부회장의 국회 출석과 검찰·특별검사팀 조사에 대비하고 특검의 구속 논리를 깨기 위해 정신없었을 것이다.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법률적 고민에 썼어야 할 시간을.

자업자득이다. 대통령이 겁박하는데 버틸 재간이 있겠느냐는 삼성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스스로 당당하다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전경련 회원 기업 중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내고서 최순실씨 모녀 소유 독일 법인에, 최씨 조카에게 거액을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약점 잡힐 일이 없다면, 정권에 기대어 무얼 해볼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러다 어느 날 화웨이가 삼성을 따라잡았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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