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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화력발전 놔둔 채 기후변화 대응 모순… 에너지 정책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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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15:10:26 수정 : 2020-03-17 2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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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파리기후협정시대’ 전문가 3인 제언·〈끝〉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기후협정이 지난해 11월 공식 발효됐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기후체제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가가 아니었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는 의무를 부여받았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현실 과제가 됐다. 세계일보는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의 마지막 회로 기후 분야 전문가 3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평가하고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을 들어봤다.

 

―먼저 공식 출범한 파리기후협정을 평가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협정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이하 안): “파리협정은 세계인권선언이나 마그나카르타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문명사적 의미를 지닌다. 세계가 금세기 후반부에 화석연료 시대를 마감하고 재생에너지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간 이유가 ‘돌’이 없어서가 아니듯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는 것은 화석연료의 고갈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가 당선돼 파리협정이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이하 윤):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기후변화 유발에 역사적 책임이 더 많은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다면 파리협정이 발효됨으로써 2021년부터 열리게 된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도국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적응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갈수록 증가하고 미국에서도 주나 도시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나왔지만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 많다. 어떻게 보나.

 

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줄이기로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25.7%는 국내에서, 11.3%는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감축하기로 했다. BAU 대비 37% 감축은 2030년에 8억5100만t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5억2600만t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 양은 2012년 실제 배출량인 6억8800만t에서 22.1%를 줄이는 것이자 2005년 배출량(5억6000만t)에서 4.3%를 줄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 기술이 발달하고 에너지 낭비 요인을 줄여나간다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본다.”

 

안: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2030년까지 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BAU를 계산할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을 부풀려 잡았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당시 전망에 사용했던 수치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는지 분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철강산업 등이 구조조정에 직면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가 정말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있다면 BAU 대비 상대적인 목표를 세울 것이 아니라 절대 목표를 제시하고 배출권거래제 등 무력화된 감축수단이 제 기능을 갖도록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이하 김): “일단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석탄발전 중심, 높은 에너지 효율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축 로드맵에 따라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정부는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발전·수송 등 부문·업종별로 감축계획을 구체화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한 바 있다. 앞으로 로드맵 확정 내용에 따라 부처별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친환경차 보급 등 부문별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온실가스 관련 정부 업무가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으로 넘어갔다. 환경부가 앞으로 기후변화의 주무부처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안: “최경환(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안종범(전 청와대 경제수석)·윤상직(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박근혜정부의 경제라인이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이다.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반드시 환경부가 맡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온실가스 업무가 국무조정실과 기재부로 넘어가면서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국무조정실과 경제부처들은 정부 내 논의를 비밀에 부치고 일부 전문가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어떤 방향이든 다음 정부에서 기능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변화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

 

윤: “온실가스 완화 관련 행정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국무조정실로 이전한 것은 온실가스 완화 업무가 다양한 부처에 걸쳐 있어 부처 간 조율과 조정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무가 이관된 후 기후변화나 관련 행정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기본 로드맵’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이 발표됐지만 이런 중요한 계획이 보다 많은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수립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널리 공론화되지도 못했다. 또 기재부가 배출권 거래제 이행 총괄부처가 된 것은 기재부가 경제 활성화를 우선시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환경부가 다시 기후변화 업무 전반과 배출권거래제 총괄부처로서의 지위를 회복한다면 기후변화나 관련 행정이 보다 높은 정책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면 새로운 판짜기가 가능해질 텐데 개인적으로 환경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총괄부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책의제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온실가스 기능 조정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기후변화의 핵심부처로서, 중장기 저탄소 전략 수립, 기후변화 적응, 목표관리제 등 핵심 기후대응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참고로 지난해 온실가스 관련 기능이 조정된 것은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응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결정된 사항이다. 기후변화 대응체계가 개편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시 기능조정을 논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 국내 감축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하다면 기능조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전기차 확대 카드를 꺼냈다. 석탄화력발전 중심의 기존 에너지 틀은 바뀌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김: “기후변화, 대기질, 에너지 이 3가지 이슈는 공기를 매체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에너지 틀을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등 우리나라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저탄소 친환경 발전 확대가 시급하다.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계기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친환경적 처리, 신규 석탄발전소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 대책이 발표됐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장기 고정가격 계약제도 도입이 발표되는 등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윤: “전기차에 소요되는 전기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생산한다면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것이다. 이런 접근으로는 화석연료의 종말을 의미하는 파리협정의 핵심적 합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전기차가 현재는 워낙 비중이 낮아서 전기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지금의 전원 구성이 유지되거나 화석연료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게 된다면 이는 화석연료 소비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멀어지게 된다.”

 

안: “전기차 보급도 미세먼지 대책의 일부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의 경우 노후차량 폐기, 미세먼지 다배출 차량의 도심 진입 억제 등의 정책이 전기차 보급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세운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20기나 더 짓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투자 철회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기후변화 정책이 있다면.

 

안: “기후변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값싼 에너지를 쓰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는 물론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일관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자동차를 타면서 국민들에게 기후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기후변화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다음 정부는 기후변화를 지렛대 삼아 경제혁신, 사회혁신, 환경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철학을 갖길 기대한다.”

 

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야 함에도 정책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그 결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환경 문제로는 4대강 문제가 있다. 2012년 4대강 본류 준설과 16개 댐(보) 건설이 완료되었지만 그 후로도 지류를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해마다 수천억원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고 있어 4대강 사업은 현재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부담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래에도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하게 대선 공약으로 나와야 할 문제는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사안이다. 지난해 8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원자력 국민인식조사 결과 원전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 문제도 여전히 종결되지 않았다. 국민 건강과 안전,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은 반드시 대선에서 공약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정리=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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