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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사 풀린 근무기강으로 국가 외교 어찌 챙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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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7 01:22:30 수정 : 2017-01-17 0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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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이 현지 택시기사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베이에서 관광용 택시를 타고 야시장으로 가던 중 기사가 수면제를 탄 요구르트를 먹여 의식을 잃고 몹쓸 짓을 당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만은 지난해 방문한 한국인 수가 80만명을 넘을 정도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관광지여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피해 신고를 받은 현지 한국대표부 직원의 불성실한 대응이 더 충격적이다. 피해 여성은 대만 여행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대표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하자 ‘자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느냐’는 면박을 들었다고 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변을 당해 현지 공관에 전화했는데 이런 일을 겪는다면 누구나 재외 공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들 것이다.

외교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직 행정직원이 전화를 받고는 경찰 신고 절차를 알려준 뒤 “경찰에 신고를 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고, 신고 다음날 병원에서의 검사를 돕는 등 영사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수긍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전화를 받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보살피는 게 정상적인 대처일 것이다. 알아서 신고하라는 얘기를 들으려고 현지 공관을 둔 게 아니다. 정부는 현지 공관 대처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 영사콜센터나 공관에 연락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재외 공관원이 국민 보호를 소홀히 한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멕시코에서 인신매매범 누명을 쓰고 1년째 복역 중인 30대 여성의 경우 사건 초기에 현지 공관이 도움을 주지 않았고 되레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외국에서 범죄자로 몰리고도 현지 공관 관계자와 면담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국민 보호에 무능할 뿐 아니라 현지 주민 대상 범죄까지 저지르는 판이다. 지난달 칠레 주재 외교관이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게 현지 방송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지금 한반도의 주변 상황은 대전환을 예고할 정도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주변 4강과 유엔 주재 대사를 긴급 소환한 것도 급박한 주변 정세에 치밀히 대응하기 위함일 터이다. 해외 공관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국에 직원들의 근무자세가 흐트러져 있으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정부는 나사 풀린 근무기강부터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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