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꽃피는 봄은 멀었는데 눈치꽃이 벌써 만발했다. 반기문 바람 탓이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반기문 캠프에서 북적거리고 있다. 정치의 계절만 되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정치 철새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친이’ ‘친박’을 명함에 새기고 다녔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중에는 어느새 한자리 차지해 ‘기름장어’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 행세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눈치의 달인이라고 해야 하나.
각박한 세상을 버텨내려니 눈치가 늘지 않을 수 없다. 가자미눈, 광어눈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 입시에서부터 갈고닦은 실력만으로 부족해 눈치 작전을 동원하는 세태가 아니던가. 담 너머 총각도 눈치가 있어야 떡을 얻어먹고,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눈치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 했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대기업들이 치도곤을 치르고 있다. 경제계는 “대통령의 공갈 협박을 견뎌낼 기업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하소연하고 있으나 눈치가 너무 빨라 알아서 긴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눈치가 없는 것도 병이지만 눈치가 지나치면 병을 만든다.
김기홍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