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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세상을 바꾸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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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3 22:02:37 수정 : 2017-02-03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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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주는 맑은 울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
소통과 공감 통한 작은 변화가
보다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어
오랜만에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봤다. 주말이면 가끔 영화관을 찾는 일이 나의 작은 즐거움이었는데,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없게 하는 기막힌 현실에 눌려 한동안 이런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 한국영화 대부분의 내용이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 있어 이런 것들도 잠시나마 잊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라라 랜드’ 였다. 환상의 세계, 꿈의 나라를 뜻하는 ‘라라 랜드’라는 말처럼 젊은 남녀의 사랑과 꿈을 다룬 내용이었다. 시작 부분의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 장면이나 뮤지컬과 음악과 춤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흥미를 자아냈다.

순수한 정통 재즈음악에 심취한 피아니스트 ‘서배스천’은 장차 재즈 바를 열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꿈을 갖고 있다. 수차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절망하는 여주인공 ‘미아’는 자신만의 연극을 펼쳐보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예술세계를 이해해주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가고, 각자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서배스천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친구의 권유로 상업적인 순회공연을 떠나게 되고, 둘 사이의 만남의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시도한 미아의 1인극도 당시 청중들의 외면과 혹평을 받게 되고, 미아는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뒤늦게 미아의 재능을 알아본 기획자에 의해 미아의 꿈이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서배스천도 다시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향하며 꿈을 이루어 간다. 그후 세월이 흘러 서로 다른 길을 가고 나름대로 꿈을 이루지만 서로의 사랑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서배스천이 만든 재즈 카페에 우연히 남편과 함께 들른 미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서배스천을 보면서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흐르며 이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잔잔하게 전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할리우드식 멜로드라마이며, 다른 나라 이야기이고 내 젊은 시절과도 거리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지만 내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람 간의 관계나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겪는 희로애락 같은 감정의 문제에서는 공통적일 수 있다는 이른바 감정적 리얼리즘의 문제라고나 할까. 꿈,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와 절망 속에서 서로를 지켜준 사랑의 힘 등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한국 영화든 할리우드 영화든 영화 속 내용에 빠져들면서 나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도 하고, 삶의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는 것도 느낀다. 이러한 일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아마 대부분의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때로는 연민을 때로는 공감이나 감동을 주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그 힘이 모여서 사회 속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새로 한 해를 시작한 지금 나는 이러한 생각과 함께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가져 본다. 예술이 세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는 답을 제시한다는 말은 아니다. 예술이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나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이루고, 세상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서 사회의 작은 변화도 나타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을 통한 소통의 힘이고, 다른 사람과 공감을 쌓아나가는 바탕이 되는 것이며, 보다 나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7년엔 이러한 예술이나 문화를 하찮게 여기지도 말고, 그렇다고 무겁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도 말며, 그저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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