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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일본애니 저력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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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3 01:03:15 수정 : 2017-01-13 0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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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관객의 인기를 얻었던 애니메이션을 보면 영상으로 담기 힘든 장면을 구현해내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너의 이름은’은 지난 4일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단기간에 관객 수 1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애니메이션은 미취학 아동용이라는 인식을 깨고 성인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는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다키와 시골 소녀 미쓰하가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서로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카이 감독은 전작인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사실적이다.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상의 사실성이 배제된다면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 신카이 감독은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되는 장소를 헌팅한 후 이를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실제 장소인 시마노마치역 앞 육교, 도코모 요요기 빌딩, 스가신사 인근, 신주쿠 경찰서 뒤편 교차로 등을 싱크로율 100%로 표현해 냈다. 정교하고 세밀한 영상은 창조된 영상임을 상쇄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일하다.

스토리 구조도 젊은 성인층을 공략한다. 청춘로맨스로 젊은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으며 명장면마다 레드윔프스(Radwimps)의 OST가 흘러나와 분위기를 잡는다. 후반부엔 동일본 대지진을 삽입해 현실성을 높였다. 관객들은 지난날 겪은 여러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신카이 감독은 애잔한 정서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며 국경을 초월한 감동을 전달했다. 그리고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다. 시청각과 스토리가 결합돼 하나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면서 어느 하나라도 균형을 잃는다면 외면받기 쉬운 장르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실사영화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또한 실사 영화같이 다양한 장르와 스타 배우가 부재하는 핸디캡을 태생적으로 지닌다. 감독은 이러한 핸디캡을 모두 극복하고 있다. 신카이 감독의 등장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욱 번창할 전망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동화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러나 미흡한 스토리 개발 탓에 미국과 일본의 하청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영상미와 사실성 그리고 스토리구조를 개선한다면 재패니메이션처럼 캐릭터를 판매하는 등 성장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흥행돌풍을 몰고 온 ‘너의 이름은’은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애니메이션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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