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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뉴욕에서 되새긴 AI의 아픔

입력 : 2017-01-12 21:20:33 수정 : 2017-01-12 2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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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항검색 끝 만난 거리 다람쥐… 국내 살처분 동물들 아른거려 착잡
14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미국 뉴욕의 JF케네디공항에 내렸다. 입국신고를 마친 뒤 무거운 여행가방을 밀고 나가려는데 마지막 짐 검사요원이 한국에서 온 여행객 가방 속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순간 한국에서의 조류독감(AI)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검색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쯤 공항을 빠져나와 뉴저지로 향했다. 맨해튼을 가로질러 조지워싱턴다리를 건넜다. 차가운 강바람이 시차도, 짜증도 날려보낼 듯 얼굴에 와닿는다.

공기가 상쾌하다. 동생이 살고 있는 타운은 서버번(suburban)이라는 곳인데, 맨해튼과 1시간 거리에 있으면서도 나무와 집, 그리고 공원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주거지역이다.

집 뒤뜰은 겨울이 와도 분주하다.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를 아직도 주워 먹는 다람쥐들. 얼마나 잘 먹었는지 배 등이 통통하다.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지도 않는다. 이 일대는 토끼가족 5마리, 셀 수 없는 다람쥐가족, 라쿤가족, 스컹크를 비롯해 가끔 집 뜰까지 내려와 나뭇잎을 따먹고 가는 사슴가족 등 수많은 동물이 같이 거주하는 공간이란다. 주변에 멋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고 거리를 질주하는 고급 자동차들, 그리고 사람과 함께 숨을 쉬는 동물과 숲은 나에게 생경스럽고 부러울 뿐이다. 시차로 잠을 설친 새벽녘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온통 하얀 세상은 고요하고 도로에 오가는 것은 제설차밖에 보이지 않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눈꽃세상을 보다가 문득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슬픈 현실이 생각났다. 의문도 모른 채 땅속으로 묻히는 오리들과 새, 닭들…. 아무리 사람들에게 먹히는 삶으로 태어났어도 여기 와 보니 그 아픔이 가슴 절절히 전해지는 것 같다. 동물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하고 나무가 싱싱해야 아이들이 싱싱하듯!

라면 속 닭국물까지도 금지시키는 미국 세관이 야속하다 싶었지만, 우리도 조금만 더 일찍 예방을 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욕=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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