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청춘은 아니에요
눈가에 잔주름이 어느새 익숙해졌거든요
그 겨울의 추억도 어느새 세월이 두껍게 입혀졌지요
그래도… 가방 하나 사이에 두고
스치는 서로의 손 끝으로 전해오던
당신의 들뜬 발걸음, 나
눈가에 잔주름이 어느새 익숙해졌거든요
그 겨울의 추억도 어느새 세월이 두껍게 입혀졌지요
그래도… 가방 하나 사이에 두고
스치는 서로의 손 끝으로 전해오던
당신의 들뜬 발걸음, 나
겨울의 정동진은 여름보다 사람에 덜 치이고, 고즈넉한 바다 풍경에 빠지기에 적당하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발 근처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보고, 흰 거품이 이는 파도 치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
강원 강릉 정동진은 붉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품은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1995년 이맘때 방영됐다. 수배를 피해 한적한 어촌에 숨어 있던 혜린(고현정)이 경찰에 붙잡히는 장면을 촬영한 정동진역은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겨울바다 기찻길’로 유명해졌다. 드라마뿐 아니다.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들도 ‘해돋이’ 하면 ‘정동진’을 떠올릴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정동진이지만 그래도 옛 모습을 떠올리며 정동진 바다 풍경을 담으려면 여름보단 겨울이다. 사람에 덜 치이고, 고즈넉한 바다 풍경에 빠지기에 적당하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발 근처까지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피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뒤로 물러서서 멍하니 흰 거품이 이는 파도 치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상념에도 빠져본다.
젊은 연인이 정겹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나이 든 중년 부부가 오붓하게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곳이 정동진의 겨울이다.
분위기 있는 겨울바다의 매력을 품은 정동진에 새로운 겨울바다가 생겼다. 지난해 10월 개방된 바다부채길이 그곳이다.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 사용됐던 이곳은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바다부채길이 여행객을 맞는 첫 겨울이다. 정동진의 부채 끝 지명과 탐방로가 있는 지형의 모양이 마치 동해(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을 얻었다.
총 길이 2.86㎞의 부채길은 거대한 크루즈형 리조트인 정동진 썬 크루즈 주차장과 아늑한 심곡항 어디를 시점과 종점으로 택하든 자유다. 다만 정동진 썬 크루즈에서 시작하는 게 500m가량의 경사지를 내려가 심곡항까지 갈 수 있어 비교적 평탄하다. 반대라면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해 몇 배나 힘이 더 든다.
부채길은 기암괴석, 주상절리, 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선 소나무와 향나무 등 볼거리가 풍부해 힘들 겨를이 없다. 고려 시대 강감찬 장군이 발가락이 여섯 개인 육발호랑이를 백두산으로 쫓았다는 전설이 깃든 투구 바위, 어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부채 바위 등 전설도 담고 있다. 부채길은 1시간여 정도면 반대편으로 갈 수 있다. 바람이 강하고, 파도가 심한 겨울엔 미리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강릉 경포대 부근에 있는 ‘참소리축음기 & 에디슨과학박물관’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에디슨의 3대 발명품인 축음기, 전구, 영사기뿐 아니라 전기다리미, 전화기, 냉장고, 믹서 등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에디슨의 발명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다. 박물관 관장인 손성목씨가 전 세계 30여개국을 돌며 수집한 영사기와 영화 카메라를 비롯해 영화 관련 자료 3만5000여점을 갖춘 손성목영화박물관에서는 영화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강릉=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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