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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디지털세계] ‘빅브러더 제국’ 꿈꾸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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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3 01:12:55 수정 : 2016-12-03 0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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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감시·검열 강화 예고에 사이버 망명 선언한 업체 등장 / 망 중립성 과연 유지될 것인지 / 디지털세상 벌써 공포에 떨어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재앙이다. 그는 대체로 목적 달성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가능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숨기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금지된 ‘물고문’이 대표적이다. 대선 캠페인 중 “눈에는 눈으로 앙갚음해야 한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에 잔인하고 난폭하게 싸워야만 한다. 물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그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게 아주 거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인식을 지닌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가 실제로 내년부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감시자산·조직을 거느리게 된다. 이를 감시·견제할 미 상·하원도 공화당이 다수다. 그러잖아도 ‘빅브러더’로서 사이버 검열 및 감시 비판을 받은 미국 정부는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말이 될 수 있다. 시민의 사생활에 대한 공권력 침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트럼프의 사이버 보안 분야 대선 공약 골자도 사이버 보안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공세의 ‘발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취임 즉시 국방, 법 집행기관, 민간 등 각각의 영역에서 사이버 검열 팀(Cyber Review Team)을 발족시켜 정부·공공기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사이버 보안 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국방부 산하 사이버 사령부의 역량을 강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필요할 경우 국가 또는 비국가 세력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트럼프 시대 도래에 대한 디지털 세계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벌써부터 사이버 망명을 선언한 곳도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의 모든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1996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도서관·박물관인 ‘인터넷 아카이브’가 대표적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데이터센터에 약 15페타바이트(150만 기가바이트) 이상의 역사적 온라인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 그런 인터넷 아카이브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보다 안전한 자료 보관을 위해 캐나다에 새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필요 재원 모금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웹에 각종 제한 조치가 취해지거나 사이버 감시가 강화될 수 있으며 “도서관의 역사는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에 맞선 투쟁의 역사”였다는 설명이다.

사이버 망명까지 벌어지기 시작한 트럼프 시대에 디지털 세계가 직면한 첫 도전은 ‘망중립성의 유지’다. “망, 즉 네트워크나 이용자에 해가 된다는 증거가 없다면 통신업체는 트래픽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망중립성은 ‘뜨거운 감자’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통신업체 대 소비자 및 콘텐츠·스마트기기업체’ 간 대결 구도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념비적인 승부는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이뤄졌다. 강력한 망중립성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오픈 인터넷 규칙’을 3대 2로 통과시키며 전 세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8년간 이 논쟁을 이끈 오바마 정부가 거둔 업적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감스럽게도 트럼프는 이를 정면 부정한다. “KT, SK텔레콤 등 인터넷서비스업체가 웹사이트 접속 속도를 비용에 따라 차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트럼프는 “그렇다”는 입장이다. 그는 통신망에 대한 데이터 차별 가능, 통신사가 이용자의 접근성 통제 가능, 트래픽 및 콘텐츠에 따른 차별적 요금제 도입 가능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세계 통신·인터넷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조만간 트럼프가 새 FCC 위원장을 누구로 선임할지에 쏠리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 캠프의 FCC 인수팀이 “망중립성에 대해 비판적이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신임 FCC 위원장이 2년 전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 변화 시 그 여파는 한국에도 바로 온다. 우리나라 역시 망중립성 논의가 이뤄졌는데 FCC의 오픈인터넷규칙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가에선 트럼프 당선을 국내 통신업계의 호재로 내다본 보고서를 여럿 내놨다. 국내 네티즌이 미 백악관에 망중립성 보장 소청을 해야 할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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