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순실 예산' 찾느라… 졸속·부실 심사 우려

입력 : 2016-12-02 18:56:25 수정 : 2016-12-02 22:04: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여야, 2017년 400조 예산안 타결 올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관련된 예산을 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국회가 정부 예산 곳곳에 숨겨진 ‘최순실 예산’을 찾아내느라 예산 심사가 부실해졌고, 이를 틈타 지역예산을 챙기는 ‘쪽지예산’도 여전히 횡행했다는 지적이다.

2일 예결특위에 따르면 국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농림식품부 등이 편성한 문화창조융합벨트·스포츠산업육성·해외 원조사업 등의 예산 4000여억원을 삭감했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인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은 대부분 보류됐다. 보류된 예산은 모두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미 예산결산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8600억원 국고 부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 서명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윤호중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
이재문 기자
예결특위 소위원회에선 예산 심사기간 내내 “이거 혹시 최순실씨 개입 예산 아니에요?”, “이것도 최순실 일당이 관여돼 가지고 농단한 이런 사업이지요, 맞지요?”등 ‘최순실 예산’과 연결 짓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각 사업별 예산안 심사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분석이다. 예산안 졸속심사 문제도 제기된다. 4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안 심의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상임위별로 예산 심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정감사를 마친 10월 중순 이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대형 이슈가 터지면서 꼼꼼한 예산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예년에 비해 예산 감액 규모가 작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감액 규모는 2조6000억원가량으로 전체 예산안의 0.6% 정도로, 매년 1% 정도(3조~4조원)에 비해 턱없이 줄어든 셈이다.

1년마다 바뀌는 예결위원 구성 방식도 부실 심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결특위는 50명 규모의 매머드급으로 구성되지만 전문성보다는 국회의원 선수(選數) 및 지역 안배,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경향이 많다.

쪽지예산 구태도 재현됐다. 국회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이 넘고, 액수로는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사업은 거의 대부분 지역 민원사업들이다. 올해 증액사업 규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증액요청 사업 규모가 15조∼20조원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회는 ‘쪽지예산을 없앤다’며 예산안조정소위를 올해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증액 논의에 들어가자 예산안조정소위안에 여야 3당 간사로 구성된 증액소소위원회를 만들어 증액할 사업을 비공개로 선택했다. 소위 안에서 다시 소위를 만들어 밀실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여야가 증액소소위에서 각 당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을 챙겨주거나 예산 나눠 먹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증액소소위에는 지역구 사업을 챙겨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액예산의 규모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인 서해안복선전철 건설비 2800여억원이 늘어나는 등 모두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예결위 관계자는 2일“증액소소위는 더 면밀하게 예산을 심사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민원을 내는 여야 의원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