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제 불구 된 후 거리로 내몰려…말레이시아 떠도는 中 걸인들

입력 : 2016-10-22 16:02:45 수정 : 2016-10-22 16:18: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우 슈안(33)씨는 원래 불구가 아니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으나 어렸을 적 갱단에게 납치당한 뒤 장애인이 됐다.

시우씨는 말레이시아 곳곳을 돌며 구걸하고 있다. 그는 중국 둥관(東莞) 시와 정저우(鄭州) 시 등에 가지를 친 갱단의 명령으로 앵벌이를 한다. 시우씨는 조직원들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두려움과 불안함에 늘 떨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더 스타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에서 구걸하는 중국인은 30명에 달한다. 페낭에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은 갱단에 납치 후 자국에서 앵벌이를 하다 일정 수준 이상 ‘신뢰’를 얻으면 해외로 나가는 ‘특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특권이지 해외에서 구걸하라는 뜻밖에 안 된다.

이 매체는 시우씨가 하루에 번 돈을 반납하는 호텔을 찍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주위에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조직원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원은 중국의 뿌리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중국어 할 줄 아는 지역 식당의 도움을 받아 시우씨 그리고 그를 말레이시아로 오도록 한 또 다른 걸인 펑(30)씨를 인터뷰했다.

시우씨는 “말레이시아와 연결된 조직원들이 정말 많다”며 “그들은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두려워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지는 않은 지 고개를 계속해서 돌렸다.



시우씨는 주말마다 3000위안(약 50만원)을 벌어야 한다. 주중에는 할당액이 조금 낮아진다. 하지만 최소 1200위안(약 20만원)은 넘겨야 한다. 이 중 절반을 갱단이 가져간다. 택시로 목적지까지 태우므로 교통비도 약 10% 정도 뗀다. 남은 돈이 그의 몫이다. 다른 걸인들도 모두 똑같다. 이들은 아파트나 빌린 주택 등지에서 잠을 청한다. 축사로 몰아넣은 가축이나 마찬가지다.

펑씨는 “우리의 장애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동정심을 유발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목은 매주가 시작할 때마다 우리를 불러놓고 각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를 지시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남서부에 위치한 말라카처럼 먼 도시를 배정받으면 인근 숙소에서 머물러야 한다. 물론 숙소도 갱단이 소유한 것이다. 이들은 각자 할당받은 액수를 채워야 돌아갈 수 있다.

시우씨나 펑씨는 갱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망쳐봤자 잡힐 게 뻔한 데다가 불편한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서다. 이들은 비참한 현실 앞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두 사람은 “말레이시아는 우리의 두 번째 고향”이라고 말하고 만다.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영사관 측은 “이런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사례가 드러날 때마다 조사하고는 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담당한 문제라 우리가 손을 쓸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중국 북경청년보에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말레이시아 더 스타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