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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폐비닐 5천t에서 악취, 파리떼 득실…주민들 "못살겠다"

입력 : 2016-09-29 09:45:29 수정 : 2016-09-29 09: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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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처리시설 화재로 소실·유가 하락이 원인 "파리떼가 득실거려서 창문을 열지 못합니다. 빨래를 말리면 폐비닐에서 나온 악취가 배어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생곡동 자원재활용센터 인근 마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폐비닐 더미에서 나는 냄새였다.

빵·라면 봉지, 비닐하우스 잔해물 등 각종 폐비닐이 섞여 있는 이곳에 사람이 다가가자 파리떼 등 수천 마리의 벌레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폐비닐 더미에서는 시커먼 물이 흘러나와 일대를 적시며 땅에 스며들기도 했다.

성인 남성 키의 2∼3배 정도 높이로 켜켜이 쌓인 폐비닐은 성벽처럼 20m가량 쌓여있었다. 주민들은 이런 폐비닐 무덤이 2곳 더 있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부산시에 문의하니 쌓여 있는 폐비닐이 모두 5천t이라고 밝혔다.

주민 이상군씨는 "온 마을에 파리떼와 해충이 득실거려 창문을 열어놓지 못한다"면서 "마을 입구부터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외지인들은 코를 막지 않고는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이고 주민들도 악취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부산지역에서 수거된 생활 쓰레기가 매립되고, 비닐·플라스틱 등이 재활용 처리되는 자원재활용센터 일대에 폐비닐이 쌓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폐비닐을 이용해 고형연료를 생산하는 센터 내 폐비닐 연료화 시설에 당시 큰불이 나 시설이 모두 탔다.

이때부터 지역 곳곳에서 수거된 하루 평균 60∼70t의 폐비닐이 쌓여만 갔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폐비닐로 등유를 생산하는 한 기업에서 20∼30t가량을 수거해 갔는데 최근 이 업체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공장 가동을 멈춰 폐비닐이 쌓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시가 다른 지자체에 의뢰해 폐비닐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다른 지자체도 폐비닐 처리가 힘들다며 거절했다.

재활용품 수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로 폐비닐을 수거해 만드는 고형연료나 등유의 수요가 줄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수거 업체가 문을 닫았고 각 지자체들은 기존에 민간이 처리하던 폐비닐까지 몰려들자 다른 지역 물량은 받아줄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 말 부산시가 화재로 소실된 폐비닐 연료화 시설을 새로 완공해 이달 중순부터 가동에 들어갔지만,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현상을 유지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 시설의 하루 최대 처리용량이 90t에 그치는 탓에 매일 들어오는 폐비닐류를 처리하고 나면 산적한 폐비닐을 처리할 여력은 얼마 남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5천t을 모두 처리하는데 몇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저유가 등 글로벌 악재에 폐비닐 처리가 쉽지 않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배병문씨는 "주민들은 5년 정도를 이런 오염된 환경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채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서 "폐비닐 처리시설을 더 짓거나 민간이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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