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생곡동 자원재활용센터 인근 마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폐비닐 더미에서 나는 냄새였다.
빵·라면 봉지, 비닐하우스 잔해물 등 각종 폐비닐이 섞여 있는 이곳에 사람이 다가가자 파리떼 등 수천 마리의 벌레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폐비닐 더미에서는 시커먼 물이 흘러나와 일대를 적시며 땅에 스며들기도 했다.
성인 남성 키의 2∼3배 정도 높이로 켜켜이 쌓인 폐비닐은 성벽처럼 20m가량 쌓여있었다. 주민들은 이런 폐비닐 무덤이 2곳 더 있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부산시에 문의하니 쌓여 있는 폐비닐이 모두 5천t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에서 수거된 생활 쓰레기가 매립되고, 비닐·플라스틱 등이 재활용 처리되는 자원재활용센터 일대에 폐비닐이 쌓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폐비닐을 이용해 고형연료를 생산하는 센터 내 폐비닐 연료화 시설에 당시 큰불이 나 시설이 모두 탔다.
이때부터 지역 곳곳에서 수거된 하루 평균 60∼70t의 폐비닐이 쌓여만 갔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폐비닐로 등유를 생산하는 한 기업에서 20∼30t가량을 수거해 갔는데 최근 이 업체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공장 가동을 멈춰 폐비닐이 쌓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재활용품 수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로 폐비닐을 수거해 만드는 고형연료나 등유의 수요가 줄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수거 업체가 문을 닫았고 각 지자체들은 기존에 민간이 처리하던 폐비닐까지 몰려들자 다른 지역 물량은 받아줄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 말 부산시가 화재로 소실된 폐비닐 연료화 시설을 새로 완공해 이달 중순부터 가동에 들어갔지만,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현상을 유지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 시설의 하루 최대 처리용량이 90t에 그치는 탓에 매일 들어오는 폐비닐류를 처리하고 나면 산적한 폐비닐을 처리할 여력은 얼마 남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5천t을 모두 처리하는데 몇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저유가 등 글로벌 악재에 폐비닐 처리가 쉽지 않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배병문씨는 "주민들은 5년 정도를 이런 오염된 환경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채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서 "폐비닐 처리시설을 더 짓거나 민간이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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