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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횡령에 조폭 회장까지'…도덕불감증 대학사회 '몸살'

입력 : 2016-09-29 07:09:29 수정 : 2016-09-29 07: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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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권익옹호·건전한 대학문화 '뒷전'…각종 행사서 이익 남겨 횡령
검은 유혹 노출돼 업체와 유착 다반사·조폭이 학교 장악하기도
대학사회 도덕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하면 차 한 대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자치활동으로 학생 권익옹호, 창의적인 학문탐구, 건전한 대학문화 형성에 앞장서야 할 총학생회가 본분을 내팽개치고 권력이 주는 '검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대학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강릉원주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25∼27일 축제인 대동제를 주관하며 축제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주류 등을 매입 후 학과에 판매했다.

총학생회는 8만 원짜리 몽골 텐트를 28만 원에, 800원짜리 소주는 1천100원, 1천100원짜리 맥주는 1천500원에 파는 등 원가보다 고가에 되팔았다.

이런 수법으로 챙긴 돈만 1천857만5천900원. 준중형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이다.

궁지에 몰린 총학생회가 지난 26일 설명회를 열어 진화에 나섰지만, 총학생회장 신모(25) 씨가 "매년 해오던 전통이다"고 발언해 수년간 학생들 돈이 총학생회 주머니로 들어갔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도 모 단과대학 학생회 회장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비용을 부풀려 결제한 뒤 업체로부터 수백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자치 감사기구가 수차례 감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학생회 측이 '감사받을 의무가 없다고 거부했다. 결국, 감사기구는 지난달 학생회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총학생회나 과 학생회가 축제, MT, OT 등 행사에서 남긴 이익을 주머니에 챙기는 일은 지속해서 일어나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매년 학기 초가 되면 학내 커뮤니티는 '학생회비를 반드시 내야 하는지, 안 내면 불이익은 없는지' 등을 묻는 글이 올라온다.

학생회비 사용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지만,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학생들이 많다.

게다가 신입생들은 등록금 고지서에 함께 적힌 학생회비를 반드시 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해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흘러 '회장이 차를 새로 뽑았다더라', '임기가 끝나고 행사 때 후원받았던 기업에 취직했다더라' 등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는 데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으면 검증은 유야무야되기 일쑤다.

총대의원회 등 학생자치 감사기구가 있지만, 모두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낸 장모(29) 씨는 학교마다 약간의 구조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 씨는 "학생회 행사는 대게 규모가 크다 보니 업체와 유착하는 사례가 잦아 학교가 직접 업체와 계약하거나, 총학생회와 학교가 함께 공개입찰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횡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SNS를 통해 학생들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지출 내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잦은 만큼 학생회가 행사 후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에 예산집행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권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폭력배까지 대학사회에 발을 들인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014년 학생들에게 줘야 할 장학금을 일부 또는 전부를 가로챈 혐의(횡령) 혐의로 김모(당시 33) 씨 등 2011년을 전후해 구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폭력배 4명을 구속했다.

경북 김천지역 폭력조직인 '제일파' 행동대장 등인 이들은 대학에 입학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서 당선돼 총학생회를 장악한 뒤 학생회비나 학교지원금 등 1억여 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총학생회 주최 행사 대금을 부풀려 허위 영수증을 만드는 수법으로 학생회비를 횡령하거나 학생회 간부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을 일부만 주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도 지난 1월 15일 공문서 변조, 업무방해, 배임수재,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충청대학교 학생회장 출신 신모(34)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2010년 충청대에 입학한 신 씨는 행사업체에서 사례비를 주겠다며 계약을 요구해오자 1년간 모든 행사를 밀어주기로 약속하고 1천800만 원을 챙겼다.

학생회 운영비 수백만 원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했고, 임기가 끝난 후에는 후배를 후임 회장으로 당선시켜 배후에서 학생회 운영 전반에 관여했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사회에서 이러한 관행이 너무 오래된 탓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고, 이를 알면서 눈감아준 학생들 탓도 있다"며 학생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게 문제가 되나'하는 인식을 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구성원 모두가 준법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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