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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비상시국론 말 따로 행동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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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9 00:52:45 수정 : 2016-09-29 00: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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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잇단 위기 부각… ‘정국돌파용’ 논란 불러 원래 야당 정치인들은 ‘비상시국’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은 유권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사소한 징후라도 ‘위기’로 포장하고, 자신들이야말로 그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독재시대와 민주화시대를 관통하면서 야권에서 틈만 나면 구한말 ‘시일야방성대곡’ 식의 비상시국 선언이 쏟아졌던 배경이기도 하다. 야당의 입장에선 현정권의 실정을 공격해야 자신들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행동 패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대로 집권 세력은 그런 야당의 주장을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방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선 야당의 입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에서 비상시국이라는 말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김동진 정치부 차장
한국의 경제와 안보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최고통수권자가 앞장서 비상시국 담론을 주도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짜 심각한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안보 측면에서 전쟁 개시 일보 직전이고, 경제 측면에서 IMF 위기 때처럼 침몰 직전의 상황일지 모른다. 위기 등급을 10단계로 나눴을 때 9, 10등급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맞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왜 지금이 비상시국인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거기에 걸맞은 엄중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 결의안의 수용을 거부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장·차관들에게 “골프를 치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며 국내 골프를 독려했다. 장·차관들은 이에 “인증 샷을 올리겠다”고 화답했다. 비상시국이니까 장관해임안은 내지 말라면서 골프를 열심히 치라고 독려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생각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선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기금 조성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정황상 충분히 제기될 만한 의혹들인데,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비상시국을 방패 삼아 야당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이 같은 언행은 비상시국 담론을 ‘정국 돌파’를 노린 정치적 제스처로 의심받게 만들 만하다. 국정의 핸들을 잡고 있는 운전사(대통령)가 주행 중에 승객들(국민)에게 “시끄러워서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호통치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비상시국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국정 전반을 챙길 생각은 하지 않고 국정감사를 비롯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아예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성 위반에 대해선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집권당이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해외 토픽에나 나올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비상시국론과 실제 행동 사이에 심각한 괴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런 식의 비상시국론이라면 국민들의 위기불감증과 정치불신만 더 부채질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김동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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