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효문화 전통 지켜
한국에서 처음 제사에 참석했을 때 기억이 난다. 여러 음식을 손수 만들어 밥과 탕에 과일과 과자까지 제사상을 차려 놓고 절을 올린 후 마지막은 숭늉을 바치는, 정말 살아 있는 분에게 진지를 드리는 것처럼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여러 번 제사를 지내다 보니 꼭 그날이 되어 음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전에 재료를 마련하고 장을 볼 때도 모든 게 정성을 들여야 하며, 제사를 끝내고 친족이 같이 먹을 김치도 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한국 여자들은 그것을 계속해 오고 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
그렇게 유지되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당연히 한국 유교사상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고등학생인 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유교 영향도 있고 효도를 해야 한다는 자식 된 도리가 있지만, 그것보다 남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나도 부모님께 그래야 한다는 것이 크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효’라는 것은 의무도 아니고 남과 비교해서 하는 행위도 아니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은 사랑의 근원도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만약 이 세상에 아무도 없더라도 엄마와 딸만은 ‘효’를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갖자고….” 나도 효심이 많은 한국인을 보고 그렇게 못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 사람은 관계 속에 얽혀 살고 있어서 딸이 말한 대로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남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라는 것은 남의 영향보다는 그것을 어려서부터 몸에 배게 해 의무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으로 행하게 했으면 좋겠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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