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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진정한 사랑, 한국인의 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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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9 00:51:23 수정 : 2017-02-07 1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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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전쟁에도 명절엔 꼭 고향 찾아
시대가 변해도 효문화 전통 지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공통으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한국인의 효심(孝心)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 뉴스를 접하기도 하지만, 거리에 나가면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가거나 다정하게 장을 보는 사람들을 여전히 많이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9월 셋째주 월요일을 ‘경로의 날’이자 법정 휴일로 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별도로 지정한 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르신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돌아가신 후에도 효를 다하는 제사나 명절은 한국 사람들의 ‘효’ 정신을 잘 보여준다. 특히 명절에는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끈끈한 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 처음 제사에 참석했을 때 기억이 난다. 여러 음식을 손수 만들어 밥과 탕에 과일과 과자까지 제사상을 차려 놓고 절을 올린 후 마지막은 숭늉을 바치는, 정말 살아 있는 분에게 진지를 드리는 것처럼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여러 번 제사를 지내다 보니 꼭 그날이 되어 음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전에 재료를 마련하고 장을 볼 때도 모든 게 정성을 들여야 하며, 제사를 끝내고 친족이 같이 먹을 김치도 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한국 여자들은 그것을 계속해 오고 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여자들만이 아니고 남자들도 그렇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전화나 문자로 안부 인사를 전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인데도 명절이나 제사 때는 멀리 떨어져 있고 길이 막혀도 고향에 가려고 애쓴다. 명절이나 제사는 아무리 스마트폰이 진화를 해도 소용이 없다. 직접 가서 차례를 지내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효’라는 것은 직접 가서 만나고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고 밥을 같이 먹는 것이라서 그렇다. 이처럼 조상을 모시는 효의 행위는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상관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계속 이어져 왔다.

그렇게 유지되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당연히 한국 유교사상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고등학생인 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유교 영향도 있고 효도를 해야 한다는 자식 된 도리가 있지만, 그것보다 남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나도 부모님께 그래야 한다는 것이 크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효’라는 것은 의무도 아니고 남과 비교해서 하는 행위도 아니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은 사랑의 근원도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만약 이 세상에 아무도 없더라도 엄마와 딸만은 ‘효’를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갖자고….” 나도 효심이 많은 한국인을 보고 그렇게 못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 사람은 관계 속에 얽혀 살고 있어서 딸이 말한 대로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남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라는 것은 남의 영향보다는 그것을 어려서부터 몸에 배게 해 의무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으로 행하게 했으면 좋겠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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