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터미널·백화점 가까운데 이런 조건?…380억대 분양 사기

입력 : 2016-08-25 10:33:32 수정 : 2016-08-25 10:33: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할인분양·고수익 내세워 직접 거래·건당 300만원 중개료에 브로커 활개
경찰, 오피스텔 시행사 관계자 4명 구속·브로커 112명 입건·은닉재산 82억원 추적
경찰이 광주 오피스텔 분양 사기 3개월 수사 경과를 발표했다.

오피스텔 시행사는 사업이 수렁에 빠지자 '12% 이상 고수익'과 '30∼40% 할인 분양'이라는 말로 피해자를 현혹해 계약해지·미분양 물량을 중복 분양했다.

브로커는 1건당 수백만원 중개수수료에 부나방처럼 모여들었고, 거액을 가로챈 시행사 임직원은 수입 승용차를 굴리고 천만원대 결혼 축의금을 주고받는 등 사치를 부렸다.

경찰은 시행사 관계자 4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1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주요 피의자가 숨긴 재산 82억원을 찾아냈다.

◇ 자금난·공사중단·계약해지…사업 수렁 빠지자 사기행각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광주 서부경찰서는 25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오피스텔을 중복 분양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박모(57)씨 등 ㈜지앤디도시개발 관계자 4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앤디는 자금난이 찾아온 2012년 3월 광주 서구 농성동에 신축하던 골든힐스타워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했다.

일정이 지연되자 계약해지가 속출했고, 당장 지불해야 할 위약금이 불어나면서 새로운 빚까지 졌다.

지앤디 실소유자인 박씨는 이때부터 대표이사 이모(50)씨, 직원 김모(37)씨 등 3명과 함께 사기 행각에 나섰다.

박씨 등은 전체 482가구 중 80%가량을 정상분양한 뒤 계약해지나 미분양 물량을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복 분양했다.

이들은 22㎡ 규모 1가구당 7천만∼8천만원에 거래되던 오피스텔을 4천만∼5천만원으로 낮춰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지난 5월까지 545명과 843건을 중복으로 계약해 380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사기 분양을 알선한 혐의(사기·공인중개사법 위반 등)로 불구속 입건된 부동산경매 강사 원모(57)씨 등 브로커 112명은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3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원씨는 강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100여건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원씨 등 브로커 38명을 구속된 주요 피의자와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브로커에 대해서는 여죄를 파악해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 입소문 타고 피해 확산…치밀한 준비로 4년간 범행 숨겨

피의자들은 본격적인 입주 절차가 시작되는 준공 전에는 피분양자들이 중복계약 사실을 알 수 없다는 허점을 노렸다.

일간지와 생활정보지에 '버스종합터미널·백화점 근처 오피스텔 미분양 회사 보유분을 원분양가보다 30∼40% 할인 분양, 12% 이상 고수익 예상'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실었다.

또 공인중개사 등 브로커를 내세워 입소문을 퍼뜨렸고, 피해자가 지인과 친척 등 또 다른 피해자를 불러모으게끔 했다.

분양을 대행한 신탁회사와는 계약을 끊었다. 인쇄소를 찾아가 신탁사 은행계좌 대신 지앤디 보유 계좌가 적힌 가짜 분양계약서를 만들었다.

계좌로 들어온 분양대금은 직원이나 지인 차명계좌, 지앤디가 보유한 또 다른 계좌 등을 다단계로 거치고 나서 인출됐다. 대금 일부는 현금이나 수표로 박씨 등에게 직접 흘러들어 갔다.

일부 피분양자가 중복 분양 사실을 알아채면 분양원금에 500만∼1천만원가량 웃돈을 얹어 주고 입막음을 시도했다.

준공이 다가오자 입주 안내 우편물과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4년여에 걸친 범행을 끝까지 숨겼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10월 준공됐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도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했다. 피해자들은 입주 대책을 논의하다가 오피스텔을 여러 사람이 중복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전세·노후·대출 자금을 잃은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5월 16일 경찰에 고소장을 일괄 제출했다.

◇ 수입차·부동산으로 380억 '흥청망청'…찾아낸 은닉재산 82억

박씨는 사기 행각으로 끌어모은 돈으로 범행에 가담한 직원에게 재규어 등 수천만∼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승용차를 선물했다. 결혼 축의금으로 1천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내연녀와 전처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자신은 그랜드체로키, 벤츠 등 고급 차 여러 대를 몰았다.

빚을 갚거나 공사비 지급, 분양금 반환, 신탁사 대금 결제, 회사 운영비 등으로도 사용했다.

직원 일부는 브로커에게 전해야 할 수수료를 가로채는 등 피의자 사이에서 복마전까지 펼쳐졌다.

피해금 380억원은 이런 방식으로 2015년 이전에 약 101억원, 지난 5월까지 279억여원 등 전액 사라졌다.

수사전담반을 편성한 경찰은 박씨 주거지와 은닉처를 압수수색하고, 150여개 계좌 내역을 분석해 오피스텔 분양권 63채, 토지 5필지, 아파트 1채, 은행계좌 9개, 차 1대 등 자산 30억원 상당을 동결했다.

또 상가 5채, 내연녀 소유 고급 주택, 수입차 등 52억원 상당을 추가로 법원에 추징보전 신청하는 등 피해 복구를 위한 은닉재산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