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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한국 전통정원의 키워드 ‘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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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3 21:31:07 수정 : 2016-07-13 2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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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 ‘K-가든’이 주목받으며 한국 전통정원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정원 조성사업이 활발하고 세계유산인 창덕궁(사진)에는 왕가의 정원을 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사실 우리 조경술은 중국과 일본의 조경술에 비해 서양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말 선교사들도 “농사는 낙후되어 있으며 조경술은 알려지지도 않았다”(GW 길모어의 ‘서울 풍물지’)며 정원술 부재를 지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정원이란 어떤 것일까.

한국정원의 조영 원리를 말할 때 흔히 자연의 순리를 기본질서로 꼽는다. 정원을 조성할 때 지형을 최대한 변형하지 않는 것으로, 지리도참설의 지기(地氣)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과 상통한다. 이를 대표하는 조경술의 하나가 화계(花階)다. 화계는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시설이다. 건축물이 입지할 터를 잡는 과정에서 옹벽과 화단을 겸해 만들어지는데, 경사면의 침식을 예방하고 차경(借景)이 발달한 정원 풍경을 동적으로 연출하는 효과도 있다. 고려 말 학자인 이색은 ‘가랑비’라는 시에서 “꽃잎이 진 화계 위엔 붉게 물든 이슬이요”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왕가의 화계로는 경복궁 교태전, 창덕궁의 대조전·주합루·낙선재의 것이 유명하다. 민간 정원인 담양 소쇄원은 화계식으로 처리된 계단식 후원이 특징이다.

화계는 경사지형에 서너 단의 장방형 석계단을 쌓고 장소의 특성에 따라 식물이나 괴석, 석조, 굴뚝 등을 배치해 연출했다. 정치공간의 화계는 위엄과 단조로움을, 여인이 머물던 곳의 화계는 다양한 식물로 화려한 색을 더했다. 화계는 단을 통해 신분질서에 따른 위계를 나타내고 공간의 주인을 배려하는 유교문화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은 인위적 수법 위주인 축경식 정원이고 우리 정원은 인간의 생활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조형성을 인정받고 있다. 화계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절제된 조경적 수식을 꾀하는 진정한 ‘심플 이즈 베스트’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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