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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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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0 22:16:55 수정 : 2016-07-11 02: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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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1959~ )
그대여, 내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멀리 나를 찾아온대도

이번 생은 그른 것 같다

피는 벌써 칼을 버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달아나버리고 없다

그대여, 내 그토록 오래 변치 않을 불후를 사랑했느니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아래

붉은 저녁이 오누나

장미를 사랑한 당나귀가

등에 한 짐 장미를 지고 지나가누나
 

시를 전업으로 살 순 없을까. 소설은 모르겠으나 시로 벌어먹고 산다는 사람을 필자 주변에선 아직 보지 못했다. 별도의 대책과 함께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에 전업하기에 우리나라 환경은 극복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시인 송찬호,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 취직을 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충북 보은에 터를 잡고 결혼한다. 한때 소를 키웠으나 구제역 소동 때 접고 지금까지 시만 쓰고 있다. 그러면 생계는 누가 책임지나. 알고 보니 아내가 학교 교사다. 그럼 그렇지, 좋은 작품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다 이유가 있군 하는 생각이다.

김영남 시인
시 ‘안부’는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소재를 동원해 안부 형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핵심은 떠난 사람을 아직도 그리워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그대가 내 위급한 상황을 전해듣고 나를 찾아왔을 땐 난 이미 열정이 식어버렸을 것이다. 그토록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믿었는데 그대 안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눈 속에는 사석원의 그림처럼 당나귀가 장미 한 짐을 지고 지나가는 것 같구나’ 하는 내용이다.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사이렌 소리’ 같은 동화적 발상과 원색의 이미지들을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인의 특기가 잘 반영된 시다. 마티스의 그림처럼 이미지가 아름답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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